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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2-11 16:39:25
  • 수정 2019-12-11 16: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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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면접을 준비하던 시기, 공직 가치 중 청렴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당시 공익을 우선시하고 투명공정하게 책임을 다하는 것과 같은 말들로 청렴의 의미를 파악을 했지만, 의미가 매우 추상적이어서 나는 앵무새처럼 청렴의 의미를 암기만 했다.


그 후 공무원이 되고 오래지 않아 신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시행되었다. 흥미롭게도, 많은 직무관련 강의 사이에 청렴 관련 교육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공직 가치는 간접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청렴성만 청렴이라는 제목을 명확히 하여 강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공직자에게 청렴성이 무척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다. 공직자는 공적인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익을 우선시하고, 청렴한 태도를 갖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태도임은 명확하다.


▲ 연인정 충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 주무관


그런데 나는 공무원에게 끊임없이 청렴성을 강조하고 청렴 관련 강의와 다양한 과제를 부여하는 것에 몇 가지 우려스러운 바가 있다.


첫째, 청렴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다. 청렴성을 설명하는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라든가, ‘공익을 추구하며라는 말에도 추상적인 용어가 포함된다. 용어가 추상적일수록 현실에 적용하기 애매해진다. 신규 공무원 대상 청렴 관련 강의는 결국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각종 사례들을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상징성과 추상성, 간결성을 위해서 청렴이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라면 그 때문에 현실성, 실제성, 직접성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청렴성을 현실적이고,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청렴성이 중요해서 강조하는 것은 좋으나, 청렴성에 우리의 가용한 자원의 많은 부분을 집중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공직자가 청렴성을 기반에 두지 않고 일을 하면 사회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뼈아프게 배워왔다. 하지만 청렴의 실제적 의미나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 계속적으로 청렴을 강조만 하는 것은 부정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하여 공직자가 나아갈 길을 탐색하는 데에 여력이 없게 만들 수 있다.


공직자에게 청렴성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직자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청렴성을 토대로 하여 그 위에 어떤 가치들을 세워나갈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공무원이 되고 국가유공자 등록 업무를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막 교육을 마친 신규 공무원이기 때문에 민원인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도움을 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지금은 업무를 숙지하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당장의 목표이지만, 전문성을 성취한 이후에는 그 너머의 가치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업무의 체득을 기반으로 해서, 기존의 절차와 방식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좀 더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일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청렴성과 공익성이라는 근본을 잊지 않으면서 전문성을 키워서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에게 좀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시스템에는 좀 더 효율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공직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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